부동산 시장이 애매할수록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사야 할까, 더 기다려야 할까.” 하지만 2025년의 흐름을 보면 이 질문은 시장을 향하기보다 사람을 향해야 한다. 같은 시장에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지금이 적기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다림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된다.

지금 집을 사도 되는 사람의 기준은 시장이 아니라 생활이다
지금 집을 사도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시장 전망보다 자신의 생활 조건이 이미 결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를 먼저 따지지 않는다. 대신 이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현재의 삶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거주 기간이다. 최소 5년 이상 같은 지역, 같은 생활권에서 지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라면 단기적인 가격 변동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출퇴근 동선이 안정적이고, 자녀 계획이나 가족 구성 변화가 당장 크지 않다면 지금의 선택은 생활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자금 구조다. 지금 집을 사도 되는 사람은 대출을 최대치로 쓰지 않는다. 월 상환액이 생활비를 압박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여유가 생기고, 유지되더라도 감당 가능한 상태라면 집을 소유하는 선택이 심리적 안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대안 비용이다. 전세나 월세로 계속 거주할 경우의 비용이 이미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매매 전환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세 재계약 때마다 조건이 나빠지고 있다면, 집값 전망과 별개로 ‘지금 사는 것’이 생활비 관리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 되기도 한다.
이 유형의 사람들에게 지금의 매수는 투자가 아니라 정착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잘못된 선택이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 집을 사도 되는 사람은 시장을 이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확정하려는 사람이다.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할 사람은 불안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크다
반대로 2026년까지 기다리는 것이 훨씬 나은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은 지금 집을 사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판단의 이유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생활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람이다. 이직 가능성이 높거나, 결혼·출산·가족 이동 등 큰 변화가 예정돼 있다면 지금 집을 사는 것은 스스로를 묶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보다 삶의 방향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자금 구조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대출을 받으면 생활이 빠듯해지고, 조금만 변수가 생겨도 스트레스가 커지는 구조라면 지금은 매수 시점이 아니다. 2025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후회한 사례들은 대부분 이 유형에서 나왔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무리한 선택을 했던 경우다.
또 하나는 기준이 없는 기다림과 기준 있는 기다림의 차이다.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할 사람은 단순히 하락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건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이다. 자금을 모으고, 대출 조건을 개선하고, 지역을 좁히며 준비하는 기다림은 전략이다. 반대로 아무 기준 없이 시장만 바라보는 기다림은 또 다른 후회를 만든다.
이 유형에게 2025년과 2026년의 시간은 손해가 아니라 준비 기간이다. 지금 사지 않는 선택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준비 없이 사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선택일 수 있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지금도 아니고 2026년도 아닌 상태다
지금 집을 사도 되는 사람과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할 사람보다 더 위험한 유형이 있다. 바로 아무 기준 없이 두 선택 사이를 오가는 사람이다. 이들은 뉴스가 나쁘면 기다리겠다고 마음먹고, 분위기가 조금만 바뀌면 불안해진다.
이 유형은 2025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지친 사람들이기도 하다. 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음 편히 기다리지도 못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기준의 부재다. 언제까지 기다릴지, 무엇이 충족되면 살지에 대한 정리가 없기 때문에 어떤 선택도 확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 사든, 2026년까지 기다리든 중요한 것은 결정의 이유가 명확한지다. 지금 사는 이유가 ‘더 떨어질 것 같지 않아서’라면 위험하다. 기다리는 이유가 ‘혹시 더 오를까 봐 무서워서’라면 역시 위험하다. 두 선택 모두 감정에 기반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2025년을 지나며 분명해진 사실은, 시장은 생각보다 오래 애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수록 선택을 미루는 것도, 선택을 하는 것도 모두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 집을 사도 되는 사람은 이미 기준을 가진 사람이고,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할 사람 역시 준비를 위한 기준이 있는 사람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지금 사야 할지,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할지는 시장이 정해주지 않는다. 생활이 안정돼 있고 자금 구조가 버틸 수 있다면 지금도 가능하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크고 준비가 필요하다면 기다림이 정답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사느냐’가 아니라 ‘왜 그 선택을 하느냐’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훨씬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