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부동산 시장을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다. “완전히 하락장 아니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은 다시 움직였고, 이 흐름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혼란과 뒤늦은 후회를 남겼다. 2025년은 실제 하락보다 ‘하락처럼 느껴졌던 착시’가 시장을 지배한 해였고, 이 착시가 왜 생겼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2026년을 대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거래가 멈추면 하락처럼 보이는 착시
2025년 초반 시장이 하락장처럼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는 거래량 감소였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자체가 줄어들면서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듯한 인상을 줬다. 실거래가가 거의 찍히지 않다 보니, 체감은 훨씬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가격보다 거래 분위기로 시장을 판단했고, 그 결과 “아직도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 시기 매도자는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가격에 팔 바엔 버티겠다”는 태도가 강했고, 매수자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내려올 것”이라며 움직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거래 공백이 길어졌고, 시장은 실제 하락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하락 국면처럼 보이게 됐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가격 자체는 급격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과 일부 단지에서 조정은 있었지만, 광범위한 급락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2025년의 착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가격은 버티고 있었지만, 거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전체가 하락장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 착시는 정보 소비 방식과도 연결된다. 거래가 줄면 부정적인 뉴스가 더 많이 노출되고, 하락 사례가 반복적으로 공유된다. 사람들은 실제 평균 흐름보다 극단적인 사례를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게 되고, 이는 하락 인식을 더욱 강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거래가 조금씩 재개되자,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락 신호처럼 보였던 요소들이 사실은 조정이었던 이유
2025년 동안 하락 신호로 해석됐던 요소들 중 상당수는 사실 ‘조정’에 가까웠다. 금리 부담, 대출 규제, 입주 물량 증가 같은 변수들은 분명 시장을 압박했지만, 이것이 곧바로 구조적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장이 과열을 식히고 균형을 찾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특히 금리와 관련된 착시는 컸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가격 하락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리가 더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서서히 퍼지면서, 심리는 바닥을 다지고 있었다. 즉, 나빠질 재료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더 나빠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입주 물량 역시 착시를 키운 요소였다. 일부 지역에서 신규 입주가 몰리면서 전세가 약해지고 매매 가격도 조정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 장면만 보면 “이제 본격 하락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지역적이고 일시적인 경우가 많았고,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는 입주 물량이 비교적 빠르게 흡수됐다.
결국 2025년은 하락 신호와 조정 신호가 뒤섞여 있던 해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둘을 구분하지 못했고, 조정을 하락으로 과대 해석했다. 이 착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조정이 끝난 뒤에도 가격이 더 무너지지 않자, 기다리던 수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다시 시작된 진짜 이유는 심리의 변화였다
2025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시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숫자가 아니라 심리였다. 금리가 급격히 내려간 것도 아니었고, 대규모 정책 완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바뀐 것은 “더 나빠질 것 같지 않다”는 인식이었다.
사람들은 하락을 예상하며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대했던 가격이 오지 않자 판단을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전세 시장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났다. 전세 매물이 줄고, 재계약 시 전세금 인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차라리 매매로 전환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퍼졌다. 이 흐름은 매매 시장으로 천천히 이어졌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선택적 매수였다. 시장이 다시 움직였다고 해서 모두가 동시에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입지와 수요가 분명한 지역, 가격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되는 곳부터 거래가 살아났다. 이는 2025년의 움직임이 반등이라기보다 ‘재개’에 가까웠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착시의 해를 통해 시장이 학습한 것도 있다. 하락처럼 보여도 구조가 무너지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심리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급락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2025년의 움직임은 이 심리적 균형이 다시 맞춰진 결과였다.
2025년은 하락장이었다기보다, 하락처럼 느껴졌던 해였다. 거래 감소, 부정적인 뉴스, 불안한 심리가 겹치며 착시가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 착시에 갇혀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시장은 결국 구조와 수요가 있는 곳부터 다시 움직였다. 2026년을 대비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교훈은 명확하다. 시장의 방향보다 착시에 휘둘리지 않는 기준을 갖는 것, 그것이 다음 선택의 결과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